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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평생 같이 살아온 세월의 친구
80세의 생을 살아왔습니다. 내게 주어진 능력과 재능, 나를 지탱해 준 지나온 날들을 돌아보니 나이 80이 되고 나서야 비로소 깨닫습니다. 똑똑하고 잘난 친구보다, 많은 것을 배워 권력과 부를 가진 이들보다 언제나 만나면 마음 편한 사람이 진정한 친구라는 것을.
80년을 살다 보니 잘나고 똑똑한 친구, 머리가 좋아 영특한 친구보다도 그저 그립고 보고픈 친구 하나, 생각이 간절히 납니다. 그와 나누는 대화는 마음에 온전한 편안함을 주어 아무런 사심 없이 끝없이 이어집니다. 서로의 아픔을 감싸주는 정 깊은 마음과 무거운 입, 그저 조용히 건네주는 따뜻한 말 한마디. 그 친구와 함께 있으면 어딘가 모르게 서로의 빈 가슴이 다정한 온기로 채워집니다. 인생에 두 번 다시 찾아볼 수 없는 귀한 친구입니다.
잘나면 무엇하고 똑똑한들 무엇하리오. 많이 배웠다 하여 허세와 교만한 자태를 뽐내는 사람은 가까이할수록 내 마음에 깊은 상처만 남겨줄 뿐입니다. 내 인생에 해가 될 뿐이요, 삶의 덕을 체험조차 할 수 없게 만드는 불편한 존재일 뿐입니다.
80세 인생을 살아내고 보니 어느새 90년 살이라는 거대한 시간 앞에 다시 도전장을 던집니다. 이제는 하루를 큰 욕심이나 소망 없이 담담히 살아가게 됩니다. 지금껏 살아오며 맺은 만남의 인연들이 얼마나 많았겠습니까만, 그럼에도 인격과 품위를 갖춘 인간의 됨됨이를 보았을 때 잘남보다는 지극한 겸손을 알고, 배움의 학식보다는 지혜를 통해 깨달음을 얻으며, 주어진 삶에 늘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야말로 진정 귀한 사람입니다.
모든 인연이 내가 원한다 하여 다 이루어지지는 않을 겁니다. 이런 참된 친구를 만나는 길에는 어떠한 조건도, 이유도, 계산도 있을 수 없습니다. 오늘과 내일이 다르지 않은 한결같은 마음, 잔잔한 물의 수평길처럼 흔들림 없는 걸음이 변함없는 신뢰의 믿음이자 인생의 아름다운 향연이어야 합니다.
고귀한 삶에는 사람의 존엄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지혜가 분명 있어야 합니다. 맑은 눈 속에 비친 깊은 심연이 고요히 멈춘 곳에서, 소리 없는 마음의 메아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합니다. 화려하게 불타오르는 그윽한 눈빛이 아니라, 가슴 깊은 곳에 자리한 서로의 내면을 가만히 살펴볼 수 있어야 합니다.
80 평생을 같이 살아온 친구만이, 다가올 90세를 앞에 두고 치열하게 도전하듯 살아온 세월 속에서 끝까지 곁을 지켜준 그 친구만이, 내 진정한 인생의 친구입니다.
2026년 6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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