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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살만큼만 살고, 다 죽습니다
"사람은 살만큼만 살고, 다 죽습니다." 인간의 이 단순한 수칙이 온몸으로 와닿는 순간이 있습니다. 바로 몸이 아프고, 죽음이 눈앞에 찾아와 내 곁에 나란히 누웠을 때, 그 숨 막히는 순간에야 우리는 비로소 알게 됩니다. 그동안 별거 아닌 것에 얼마나 많은 힘을 쏟으며 살아왔는지!
고작 음식 한 숟갈 넘기지 못하고 밤새 헛구역질을 반복할 때, 비로소 숨 쉬고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귀한지 깨닫게 됩니다. 그 아픈 순간부터 매일 맞이하는 '살아있음'은 매 순간이 기적 같습니다.
죽음을 생각하면 곁에 있는 관계가 새삼 고마워집니다. 나를 짜증 나게 하던 사람도, 늘 곁에 덤덤히 앉아 있던 가족도, 그저 내 곁에 존재해 준 것만으로도 얼마나 큰 선물이었는지 비로소 알게 됩니다.
지나간 날의 후회도, 오지 않은 날의 염려도 내려놓고 오늘 하루가 내 인생의 전부라는 심정으로 온전히 살아간다면, 남은 생은 고통이 아니라 기쁨의 연속이 될 것입니다.
죽음을 의식하면 내 인생의 걸음걸이가 도리어 또렷해집니다. 세상이 말하는 거창한 행복과 즐거움이 없다 해도, 어제보다 조금 덜 아프고, 오늘 따뜻한 밥 한 그릇 먹을 수 있다면 그것이 진정한 삶의 즐거움이 아닐까요.
또한 내 슬픔을 받아줄 사람이 곁에 있다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그러니 오늘도 살아 숨 쉬는 나는 이미 가장 행복한 삶을 잘 살고 있는 것입니다. 이토록 과분한 감사함에 눈물지으며, 남은 인생은 더 좋은 마음으로 살아야겠지요.
누구나 사람은 결국 살만큼만 살고, 때가 되면 다 죽습니다. 생로병사라는 이 단순한 진리 앞에, 우리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그 흐름을 온몸으로 겸허히 받아들이는 것뿐입니다. 그래야만 현명한 나그네처럼 이 땅의 삶을 미련 없이 놓아두고 떠날 수 있습니다. 마음속의 모든 집착을 다 버리고, 홀가분히 생을 마감해야겠지요.
오늘 하루, 지금 이 순간을 현명한 눈으로 직시하며 천국을 향한 슬기로운 나그네 길을 예비합니다. 지나온 세월을 돌아보니, 지금껏 내 인생 참 잘 살아왔습니다. 나를 이 길로 인도하신 주님, 참 고맙습니다.
2026. 6. 10. 이호채 산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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