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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단한 인생, 새벽 제단 앞에 내려놓네
이른새벽, 어둠 속을 걷는다. 낡은 성경을 품에 끼고 새벽 공기를 가르며 제단을 향해 걷는 길. 세월에 지친 얼굴을 조용히 숙인 채 발걸음을 재촉한다.
예배당 건물 안으로 들어서려는데, 세월의 먼지가 쌓은 내 발을 지켜보게 된다. 끝나지 않은 고단한 인생의 무게만이 어개에 내려앉는다. 눈물빛에 비친 나의 모습 속에서 사라진 청춘을 불러 본다. 내 웃음과 한숨이 함께 기도하던 제단 앞에 무릎을 꿇고 고백의 회개로 눈물에 잠겨간다. 텅 빈 예배당 안, 소리없는 거친 침묵에 귀 기울여 두 손 모아 엎드릴수록 애절함만 스며든다.
돌아갈 수 없는 그 길 위에 삭막한 정적의 그림자가 내 눈물에 비쳐 지난 청춘을 조용히 불러보네. 땀과 눈물이 간절함으로 함께했던 제단 앞에 지금 엎드린 채 사랑의 품 안에 스며든다. 모진 세월은 나를 데려가지만 그럼에도 기도는 꺼지지 않아, 한때의 방황은 바람에 흩어져 가고 주 안에서 생령의 숨을 쉰다.
늦은 밤 길목 어귀를 걸으니, 존재 없는 바람 따라 나의 발자국만 남네! 내 낡은 십자가를 가슴 한켠에 두고 또 하루르 속절없이 흘려보낸다. 노년의 황혼에 조용히 들려오는 것은 꽃잎 지는 소리뿐. 계절을 세어보니 어느새 황혼의 그림자가 내 발치 앞에 와 있네. 지금껏 걸어온 길, 꽃향기는 놓쳤어도 텅 빈 마음에 저녁노을이 곱게 물들어 채색된 채 황혼의 나를 반겨준다.
그 누구의 눈물인가, 이슬 맺힌 길목마다 내가 새벽 제단에 심은 기도가 별이 되어 흐르고, 조금 작아진 어깨, 그 무게는 짐이 아니라 주의 사랑을 받아 온 나만의 훈장 같아라. 노년의 황혼 노을이 내려앉은 나의 등을 보소서! 고단했던 광야 길 인생에 사랑의 참맛을 주셨으니 감사합니다. 모두 비워낸 가슴에 당신의 숨결로 채우시니, 이토록 가벼운 걸음을 이제야 배우며 걷게 되었습니다.
성령의 바람이 내 몸을 낮추시는 황홀한 경험으로 새롭게 집어 주셨사오니, 겸허하고 낮은 자세로 남은 세월을 보석에 엮어 주의 제단 아에 가많이 놓아둡니다. 평생을 동행으로 함께하심을 어찌 감사하지 아니하오리까, 내 남은 숨결을 받으소서.
이제 당신의 숨결을 느끼며, 모질게 불던 바람도 나를 키운 숨결안에 고이 담아봅니다. 내 시린 눈물 자국마다 주님 손길이 닿아, 이름 모를 들꽃에 생화로 피어난 시간들입니다. 거친 돌짝밭을 걸어도 혼자가 아니었음을 이제 깨달아 알고 느꼈습니다. 모두가 무너져도 당신이 지켜주셨습니다. 그 깊은 사랑을 간직함에 충분합니다. 새벽 제단 앞에 엎드린 내 기도가 당신께 닿았습니다.
고맙고 감사합니다.
2026. 05.17. 이호채 산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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